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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안준생을 위한 변명
중앙일보 정진홍의 사 2010/08/16 2589
#국가보훈처는 제65주년 광복절을 기념해 338명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에게 훈·포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 중엔 안중근 장군의 4촌 동생인 안홍근 선생도 포함돼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게 됐다. 이로써 안 장군의 가문은 안홍근을 포함해 안명근·안춘생·최익형·안경근·안정근·안봉생·오항선·조순옥·안원생·안공근·안낙생·조성녀·안태순 등 모두 15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최고의 애국명가임을 재삼 확인시켰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내 KB하늘극장에서는 ‘나는 너다’라는 연극이 공연 중이다. 안 장군 순국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김좌진 장군의 후예인 배우 송일국이 열연해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연극의 속살을 들춰보면 거기엔 대한민국 최고의 애국명가 안중근 가문의 숨기고 싶은 치부와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다름아닌 준생의 이야기다. 안 장군은 2남1녀를 뒀으나 장남 분도는 12세 때 사망했다. 독살당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차남이 준생이다. 그는 아버지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자랐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호부견자(虎父犬子) 즉 ‘호랑이 같은 아버지에 개 같은 자식’이라 했다. 어찌된 일인가?

#1939년 10월 16일 지금의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자리에 있던 박문사(博文寺)에서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며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외친 미나미 총독의 주선으로 준생은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히로쿠니에게 사죄했다. 안 장군이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쏜 지 30년째 되던 해의 일이다. 박문사는 일본이 이토를 기려 남산 동쪽에 세운 절로, 명성황후를 지키다 죽어간 조선 군관들의 넋을 기리는 장충단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었다. 절 이름은 물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이름에서 딴 것이었다. 정말이지 철저히 연출된 각본 속에서 준생은 ‘개’가 됐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독립특파대장 안중근 장군 의거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늦가을 강릉 선교장에서는 아주 특별한 모임이 있었다. 안중근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거기서 안중근 연구의 최고봉이라 할 최서면(82·崔書勉) 선생과 밤새워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최 선생은 준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준생을 욕할 것 없다. 오히려 준생과 그 가족들이 일제 경찰에 잡히게 된 사연을 주목해야 한다.” 그 사연이란 것이 뭘까?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윤봉길 의사가 일본의 천장절과 전승기념 축하식 단상에 폭탄을 투척하는 거사를 감행하기 직전에 임시정부 요인들과 그 가족들은 모두 비밀 연락을 받고 피신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안 장군의 식솔들에게는 그 비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시 프랑스 조계령에 있던 상하이 임정에는 평상시 일제경찰이 힘을 쓸 수 없었지만 윤 의사 의거가 있은 후 일제경찰은 범인 색출을 빌미삼아 상하이를 이 잡듯 뒤져 결국 준생과 그 가족들을 일거에 체포했던 것이다. 그 후 일제의 간교한 회유책에 넘어간 준생이 급기야 이토의 아들에게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는 정치극이 연출된 것이었다. 아버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세 살 때 아버지를 잃은 준생이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해서 목숨을 부지한 대신 ‘개’가 된 것이다.

#안 장군과 사돈이기도 했던 백범 김구는 준생을 암살하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민족영웅 안 장군의 오점을 지우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오점도 치욕도 역사다. 올해는 경술국치 즉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이요, 안 장군 순국 100주년이다. 그리고 내일이 65주년 광복절이다. 국치 100년을 종지부 찍는 것은 안 장군의 위업과 그 아들 준생의 치욕을 그 시대와 함께 통째로 끌어안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역사는 엄정함과 준엄함으로 그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우리는 다시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


정진홍 논설위원

구라치 회고록'으로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
“국가 위해 일하다 체포됐으니 죽는 것이 영광…”
      


안중근의사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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