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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이야기] 함흥 출신 80代 김성식씨, 안중근의사기념관에 1억원 쾌척
조선일보 전재 2010/10/18 1903

"나라 덕에 살았으니 나라에 주는 게 당연"
日유학도중 전쟁끌려가 소련군에 붙잡혔다 도망… 고향 돌아가니 공산치하
홀로 월남해 맨주먹 사업… "이승만·박정희 기념사업에 나머지 재산도 기부하고파"

"이 늙은이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이제 이런 것밖에 더 있겠는가. 부끄럽게 자꾸 보려 하지 마소."

지난 24일 부산 서구 부민동 자택에서 만난 김성식(85)씨는 '성금 1억원 영수증. 입금인 1925년생 김성식'이라고 쓰인 종이 한 장을 앞에 두고 손사래를 쳤다. 안중근의사기념관 건립위원회가 지난 8월 13일 예금통장으로 성금 1억원을 송금받았다고 확인하는 서류였다.

지난 24일 부산 서구 부민동 집에서 김성식(85)씨가 부인 문소죽(81)씨와 함께 안중근의사기념관 건립위원회로부터 받은‘기부금 영수증’을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씨는 새 안중근의사기념관 건립에 1억원을 기부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김씨는 지난 5월 부인 문소죽(81)씨와 3년 만에 서울 나들이를 하는 길에 서울 중구 남산공원 안중근의사기념관 공사 현장을 가보고 성금 기부를 결심했다고 했다. 김씨는 낡은 기념관이 철거된 현장을 둘러보고 새 기념관이 더 웅장하게 지어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재산을 보태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김씨는 당장 현장 관계자에게 물어 건립위 사무실 연락처를 알아내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평생 고생해서 모은 돈을 왜 자식들한테 물려주지 않느냐고? 해방 후 이북에서 내려와 이렇게까지 살게 된 게 다 나라 덕인데, 나라에 돌려주는 게 당연하지." 딸 미선(50)씨는 "오빠 두 분도 나라를 위해 돈을 써야 한다는 아버지의 기부 결정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자식으로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김씨는 중학생 때인 1938년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났다. 메구로(目黑)무선전신학교를 다니며 무선통신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1943년 태평양전쟁에 징용돼 전쟁물자 수송선을 타고 선박 무선통신사로 일했다. 1945년 7월엔 일본 니가타(新潟)항에서 함경북도 나진으로 가는 1300t급 배에 탔다가 배가 미군이 설치한 기뢰에 부딪혀 죽을 고비를 넘겼다. 무선통신사 25명 중 8명이 죽었다.

살아남은 김씨는 일본 육군에 다시 소집됐다. 이번에는 중국과 소련 국경 지역으로 끌려가 소련군과 전투를 벌였다. 중국 지린(吉林) 쪽에 있을 때 8·15 해방을 맞았다. 일본군 신분이던 김씨는 소련군의 포로가 됐다. 시베리아로 끌려가다 만주에서 소련군 눈을 피해 도망친 김씨는 1주일을 걸어서 고향 함흥에 도착했다.

"고향에 돌아왔는데 다 공산주의가 됐더라고. 공산 치하에서 1년도 못 살고 홀로 이남으로 내려왔어. 당시엔 38선 지키는 군인한테 돈 좀 쥐여주면 다 내려갈 수 있었지."

김씨는 중앙관상대(현 기상청)와 교통부 해사국 등에서 무선통신 기술자로 일했다. 그러다 6·25 전쟁이 터졌다. 이번엔 우리 해군에 차출된 김씨는 미군 물자수송선에 탔다. 전쟁이 끝나고 1957년부터 탁구공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50년대 한국엔 공업이란 게 없었지. 수출 품목으로 부산시청에 우리 탁구공이 진열됐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와서 보고 칭찬을 하고 갔었지"라고 했다. 김씨는 1980년대부터 포클레인 사업을 하다 1990년대 초 은퇴했다.

김씨는 "1억원을 기부하고 남은 재산을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을 기리는 사업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찾아준 분이 이승만 대통령"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사업을 벌이기 전만 해도 농촌에선 추수 끝나면 막걸리만 마셨다"고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덮어놓고 두 대통령 욕한다고 하데. 해방되고 바닥에서부터 나라가 커 온 과정을 경험했으면 절대 그런 말 못할 텐데…."

김씨의 마지막 소원은 이북의 고향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김씨는 "내가 이북(공산치하)에서 살아봐서 아는데, 공산당은 절대 굶주린 사람부터 돕지 않는다"며 "빨리 통일이 돼서 남은 재산을 모두 털어 고향 찾아가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중근의사기념관 건립위는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인 올해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중구 남산공원의 낡은 기념관을 헐고, 새로 짓고 있다. 지하 2층~지상 2층에 연면적 3799㎡(1148평) 규모로 지어지는 새 기념관은 안 의사의 하얼빈역 의거 101주년인 10월 26일 완공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1만1000여명이 33억원을 기부했다. 건립위는 기부자 전원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신축 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모금은 오는 30일 마감된다. 성금문의는 (02)764-6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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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사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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